위로와 희망을 담은
제13회 세일 한국가곡의 밤
일시 : 11월 2일(화) 오후 7시 30분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
세일음악문화재단이 2008년 이후 매년 주최하고 있는 한국가곡의 밤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가곡을 선보이는 작곡제와 성악가도들의 경연을 통해 신인을 배출하고 세일한국가곡상을 제정하여 한국가곡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성악가를 선정하고 기리며 또 여러 성악가들을 한가운데 모아 가곡제를 여는 것이다.
이번 연주에서 새로운 성악가들은 소프라노 박누리, 소프라노 오현아, 바리톤 이종환 등 이며 제13회 한국가곡 콩쿠르에서 1위 곡인 곽재구 시 정재민 곡의 참 맑은 물살이를 한양대학교 성악과 교수인 테너 김우경의 음성으로 선보였다.
이날의 무대는 세대 간의 콜라보 무대였다. 1세대는 세일 한국가곡 상을 수상한 테너 신영조 선생과 2세대는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과 테너 김우경 그리고 3세대는 위에서 언급한 신인들이다. 위에서 2세대라고 하였지만 연광철의 중후함과 산뜻함의 김우겸은, 같은 시대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니 커다랗게 나누었을 뿐이다.
한국가곡의 부흥을 일으킨 신영조 선생의 노래는 이날 무대에서 볼 수 없었지만 영상으로 대체된 것에서 그 만의 음색과 정확한 피치에서 나오는 화려하고 강함은 예전의 그 모습을 추억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80년대, 90년대에 대표적 한국가곡으로 대중적 인기도 많이 얻은 그였기에 세일한국가곡상을 수상자로 그 업적을 기렸다. 독일 가곡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정확한 딕션이 성악도들의 교과서처럼 인식되는 것처럼 80년대, 90년대의 한국가곡은 이에 못지않게 정확한 발음으로 가사와 의미를 전달하는 능력은 신영조 선생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소프라노 박누리는 첫 곡으로 조혜영 작곡의 못잊어를 노래했다. 그가 청중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한 소절 한 소절을 정성 들여 가사가 잘 들리도록 하는 것이다. 박경리 시를 두 명의 작곡가가 노래를 하였다. 강한뫼 곡을 바리톤 이종환이 불렀고, 김신 곡의 도요새는 소프라노 오현아가 불렀다. 이종환의 음성으로 부른 도요새는 낮은 음역대의 곡인데, 음을 조금만 높여 불렀다면, 강한 고음을 가지고 있는 이종환의 조금 더 호소력 있게 들리겠다. 오현아가 부른 김신 곡은 피아노 반주만으로 연주가 되는 슈베르트나 슈만의 가곡처럼 화려한데, 피아노의 선율과 성악가의 선율이 잘 들리도록 조화롭게 연주하였다. 세 명의 성악가들은 신인답지 않게 편안하면서도 호소력있게 연주하였다.
이날 기대를 한껏 하게 한 연주자는 그들만의 힘으로 세계에서 명성을 쌓아 스스로 후광효과를 만들어 낸 테너 김우경과 베이스 연광철이다. 그들의 이름은 연주장에서 티켓 효과와 더불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끌어낸다. 테너 김우경은 이날 세일한국가곡상을 수상한 테너 신영조 선생의 제자로서 김인곤 시 김규환 곡의 ‘간다간다 하더니’를 불렀다. 이 곡은 신영조 선생이 부른 대표적인 한국가곡으로서 뜻이 깊은 선곡이었다. 첫 음을 낼 때부터 나오는 힘은 레가토가 충분히 이루어져야만 하는 노래이다. 호흡과 성악기법에서 완벽해야 친근하게 들린다. 신선하게 들리는 김우경의 노래는 젊은 날의 신영조 선생을 떠 올리게 한다.
베이스 연광철은 별, 고향의 노래 등을 불렀는데, 가사 하나 나에 독일 가곡을 부르듯 화려함 보다 투박한 진실함이 보였다. 깊은 울림은 그가 훌륭한 예술가임을 보여준다. 성악을 위한 성악이 아닌 음악이 가지고 있는 작곡가의 영감이 그의 음성을 통해 전달될 때 비로소 완성이라는 예술로 인식된다.
무대 문이 열리고 연주자가 첫발을 내디딜 때 들려지는 박수 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것도 하나의 후광효과의 한 면이 아닐까 한다. 연주자의 이름만으로도 지나온 과거가 효과가 되어 우레와 같은 환호가 이어지니 말이다. 연주자들은 그러한 무대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운 후광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중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보고 미리 기대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콩쿠르는 그것에 한발 더 나아간다. 콩쿠르에 입상을 했다고 하면 벌써 관객의 기대는 한 층 올라와 있다. 무대는 그것을 확인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세일음악문화재단은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성악가들에 후광효과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대중들이 기대하고, 또 무대를 준비하는 성악가들은 그것을 충분한 기회로 삼는 것이다.
의미를 안다는 것, 뜻을 안다는 것, 그것은 소통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한국가곡은 한국사람이 한국어로 만들고 노래하는 것으로 가사의 의미를 알고 뜻을 알고, 희노애락을 담아 연주하는 것은 예술가와 관객의 소통의 시작과 끝이다. 그 마음의 호숫가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세일한국가곡의밤이 벌써 13회가 되었다. 회가 진행될수록 한국사회에 더욱 커다란 파장과 함께 일렁이며 풍성한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評 김경환
사진제공 세일음악문화재단 ⓒ하경준